98년.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 많은 게임을 해보았다. 대표적으로 손꼽아보자면 "스타크래프트 - 오리지널", "은하영웅전설5"("영웅전설 아님"), "파랜드 택틱스 1,2",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이다.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에 대해서는 후술하기로 하고, 오랫동안 게임과 게임개발사인 손노리를 핥아대도록 만든 게임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이 게임을 만나게 된 건 친구 덕분이다.

당시 같은반 친구였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던 친구는 많은 게임을 가지고 있었고, 그당시 보기 힘든 노트북을 소유하고 있었다. 자신의 노트북에서는 이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컴퓨터를 막 산 우리집에서 해보고싶다며 들고 왔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플레이를 즐겨했다.


사실, 자유로운 진행방식의 RPG는 처음이었다. 컴퓨터를 처음 산 것이 이무렵이니 모든 장르가 사실 처음이긴 하다. 턴제방식에 어느정도 제약이 걸린 파랜드 택틱스와 같은 건 대강 진행을 해도 일정 레벨에 도달하고, 큰 무리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반면, 자유진행 RPG는 대충대충 스킵이 가능하기에 막판보스 눈앞에서 레벨 16짜리 캐릭터로 좌절을 맛볼수도 있었다. 더구나 손노리에서 나온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각종 버그가 판을 치고 있기에 어느정도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상... 장난아니었다.


(이미지 설명 : 첫 게임 시작. 대부분의 RPG 게임은 이렇게 여관에서 시작하는게 일종의 관례였다.)


첫 이벤트를 마치고 필드에 내던져질 때, 여기서 그저 다음마을로만 가겠다고 만나는 몬스터는 무조건 스킵을 했다. 두번째, 세번째 이벤트는 어찌어찌 마치고 주인공이 혼자가 될 무렵. 산장에서 넘어가는 이벤트를 도저히 깰 수 없었다. 그 때 레벨이 대충 8레벨 언저리였을 것이다. 레벨 노가다라는 개념을 몰랐고, 그저 이벤트 보는게 좋았기에 이런 무모한(?) 도전이 가능했던 시기다.

거기서 큰 좌절을 먹고 6개월정도 게임을 접게 된다. 친구가 방법을 알려주고 다시 시작할 때에는 레벨 노가다도 어느정도 하고 시작했다. 그리고 게임의 중반부 즈음에 다와갔고, 악명높은 버그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Out Of Memory 버그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메모리 할당 및 인덱싱 오류, 메모리 리프레싱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던전에서 나가기 무섭게 블루스크린에 해당 에러 메시지가 찍히고 게임이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다. 어찌어찌 수십번을 노력해보니 결국 던전에서 나가긴 하더라. 이후에는 왜인지 레벨 노가다를 안하게 되었고, 결국 엔딩 필수 아이템인 오닉스를 얻는 과정에서 논리적 버그와 함께 결국, 엔딩을 못본 게임이 되겠다. 사실, 다시는 하고싶지도 않은 게임이기도 하다. 



(이미지 설명 : 모든 손노리 게임에서 등장하는 패스맨.)


이 게임의 특징이라면 각종 개그와 패스맨이라는 NPC의 존재. 손노리 게임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둘은 그당시에 유행하던 개그코드와 수많은 매체의 패러디로 이루어진 대사, NPC가 존재한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R(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북두의권이 나오질 않나, 뭐 하여간 별별 패러디가 나온다. 패스맨의 경우, 당시 불법복제가 심각했던 것을 반영하여, 정품 패키지 안에 존재한 매뉴얼의 암호코드를 입력하는 정도로 그치게된다. 

여담이지만, 패스맨의 특징으로는 큰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유저가 불법복제를 해서 골치가 썩다못해 커진" 것이 이유라고 한다. 또한 패스맨은 이원술(손노리 대표)의 자기 캐릭터라고.



(이미지 설명 :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 에서 등장하는 패스맨)


수년 후, 손노리에서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R을 발매하게 된다. GP32라는, 국산 휴대용 게임기용으로 리메이크된 게임이다. 직접 해보지는 못했고, 연이어 PC버전으로도 발매가 되어 플레이를 해보았다. 지긋지긋한 레벨노가다가 많이 완화되었고, 많은 버그들도 사라졌다. 그리고 이 게임으로 엔딩을 보는데 성공했다.


게임의 장점이라면 국산 게임 역사중 한 획을 그었다는 것 정도. 젤다의 전설이나 영웅전설 시리즈를 모방하다못해 표절하다시피 한 이 게임, 그리고 수많은 버그들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수많은 버그들을 가지고 있는 채 발매한 손노리의 게임들 중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고 볼 수 있다.

대충 언급해보자면, Out Of Memory 문제라거나, 수많은 논리적 버그(아이템을 안얻은 채 다른 이벤트를 보면 해당 아이템을 영구히 얻을 수 없음), 아군을 팀킬 할 수 있는 범위마법, 캐릭터의 직업이라는 개념이 없는 시스템 등. 수많은 문제들이 존재하는 게임이었다.


그래도 이 게임 덕분에 손노리라는 이름은 나에게 각인이 되었고, 앞으로도 수년간 손노리 게임을 숱하게 즐기게 된다. 팬심이 혐오로 바뀌는 건 지금으로부터 몇년 전, 약 2013년 정도. "다함께 차차차" 라는 게임으로 인해서 완전히 혐오로 변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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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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