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전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작성된 제 글을 원본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원본은 2009년 10월 12일 08시 31분에 작성되어졌습니다.




흔히들 여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시작하면서부터 인생이 끝난다고 한다.

가족들 뒷바라지부터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각자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점은 이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가 육아출산 휴가 제도가 잘 되어 있다고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그리 잘 된 편은 아니며, 그러기에 여성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반 쯤 접고 결혼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작가, 오정희는 이러한 여성의 이야기들을 눈물나게 그려내고 있다.

 

꿈을 지닌 여성들이 중년의 나이에 접어 들면서 자신들의 꿈을 과연 얼마나 이루고 살고 있을까.

남편의 안주머니에서 듣지도 못한 비행기표를 집어 들면서 우리 어머니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어릴 땐 귀엽기만 하던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 들면서, 부모에게 대들 때, 우리 어머니들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속옷의 빨래부터 화단에 물을 주고, 미술가가 꿈이기도 했고 때로는 잊혀진 첫사랑에 가슴이 설레이기도 하였다.

 

자고 일어나면 밥을 하고 밥을 하면 빨래를 해야 하고, 빨래를 하고 좀 쉬다 보면 점심시간이 되기도, 집안 청소를 하다 보면 자식놈들이 돌아오기 일쑤. 거기에 그들의 밥이며 교복이며... 남편의 옷가지도 정리를 하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그런데 그들, 우리 어머니들이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같은 하루가 10년, 20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그들은 더욱 참을 수 없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약간의 일탈을 꿈꾸고자, 누군가가 발신번호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걸 때 그렇게나 설레여 하는 것일까.

그녀의 생일을 맞아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로부터 새벽녘에 꽃배달이 온다면, 그렇게나 황홀해 했던 것이며, 갈팡질팡 했던 것일까.

새로운 일상을 꿈꾸며 모든 사물에 그들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보곤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하나, 그들의 가족이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일상을 꿈꾸는 것은 그들 가족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결혼한다는 것에 후회를, 절망을, 아픔을 갖지 말고 가족을 꾸려나간다는 것에 아름다움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떠할까.

이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처럼 그렇게 서글픈 것만은 아니니까.


돼지꿈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오정희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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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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