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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다루는 소재의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많고, 그리고 그 폭은 헤아릴 수 조차 없을 만큼 넓다.
그렇게 미래를 다루는 소재의 매체들은 대부분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무미건조한 미래를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기계와 컴퓨터로 이루어진 미래, 그리고 그럼에 따라 점점 개인화되어가는 미래의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무의미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고 나날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게 된다.
이런 소재의 매체들은 그런 미래에서 인간의 정(情)을 느끼고 때로는 그런 미래로 인해 지금(현실)의 인간이 자각해야할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김영사 출판사에서 출간된 소설, 굿바이, 욘더는 그러한 무미건조한 미래에서 사랑을 찾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는 과연 무슨 모습일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에서 보여준 미래의 모습은 도시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도 보여진 것 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미래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손가락 끝으로 조작하는 컴퓨터의 UI(User Interface)라거나, 흔히 컨셉카(Concept-Car)라고 불리는 원형에 가까운 자동차들, 탐 크루즈가 가게에 들어설 때 마다 가게의 컴퓨터 네트워크가 탐 크루즈를 인식하고 날씨나 그 가게의 물품을 추천해주는 것 등, 굳이 이 영화 뿐만이 아니라 많은 영화에서도 보여지고 많은 소설에서도 묘사가 되어지는 그러한 부분이다.

소설 굿바이, 욘더에서도 이러한 묘사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으나 작가는 세심한 것 하나하나까지 상상력에 묘사를 더하고 그 묘사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작업을 더하였다.

"택시!"
내가 호출했다. 내 목소리를 알아들은 핸디가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 나의 호출을 근처에 있는 어느 빈 택시에 전송했다. 내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지나가던 빈 택시의 내비게이션에는 내 모습이 나타나 깜박거렸을 것이다. 기사는 호출에 응답하고 오토파일럿을 켠 채로 기다리면 된다. 어딘가의 무엇인가가, 이제는 거의 추상명사처럼 취급되는 '네트워크'가 그 외의 모든 일을 대신해줄 테니까.
'거미줄' 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고 '구름'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던 것. 그것이 내 핸디가 있는 장소를 찾아 택시를 보내온다. 마치 세상이라는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처럼 네트워크는 일상의 모든 것에 관여한다.

- 굿바이, 욘더 p.15


우리가 그리는 미래의 인간은 과연 무슨 모습일까.
겨울철이 되면 들려오는 슬픈 신문기사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독거노인 숨진지 며칠만에 발견"
삶의 질이 좋아지는 이면에는 그걸 가능케한 기술들의 발전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들의 개인주의를 더욱 심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의 미래에서는 그것이 더욱 기계적이고 단순화되지 않을까. 버튼 하나로 모든것이 해결되고 타인과의 소통은 더욱 줄어들지 않을까.

병원 측에서 장례 절차에 대한 사항들을 물어올 때 나는 거기 있는 옵션들을 다 읽어보지도 않았다. 나는 무작정 눈앞에 떠오르는 스크린에서 맨 위에 있는 항목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시신을 1) 병원에 맡겨 처리합니다. 2) 본인이 인수합니다."
나는 1번을 선택했고 화면은 다음 메뉴로 넘어갔다. 새로운 선택지들이 내려왔다.
"1) 시신을 화장할 때 재는 다음 중 한 가지 방법으로 처리합니다."
나는 다시 1번을 택했다.
"화장을 선택했을 시에 1)시(市)가 권장하는 방법에 따라 재(再)처리 합니다."
재를 버린다는 뜻이었다.

- 굿바이, 욘더 p.14


그러나 모두가 하이테크(High Technology)를 지향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학과 의술이 발전되고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사람의 생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에 따른 결과물로 고령화 인구의 증가와 함께 출산 인구의 감소를 불러오는 일이 발생되어졌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대로 사람 대 사람의 소통은 많이 줄었고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행위를 대체할만한 것이 존재하며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누구나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법이고, 과거의 추억을 조금이나마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 지금의 현대 사회에서조차 개구리를 실제로 본 아이들은 적고 우리나라 전통문화나 민속놀이를 박물관에서나 책에서 겨우 접하는데. 그래서 체험학습이 이루어지고 시골의 밭을 빌려 도시의 가족이 주말마다 내려가 농사를 짓고는 하지 않는가.

"아빠는 늘 너희들과 진짜 낚시를 다니고 싶었단다. 아빠가 어린 시절 진짜 바다에서 했던 낚시의 경험을 너희들에게 물려주고 싶었어. 단순한 대와 단순한 낚싯줄, 단순한 바늘과 단순한 미끼를 가진 진짜 낚시를 말이다. 물속에서 사력을 다해 당기는 물고기와 대가 부러질 듯 씨름을 벌이는 거야. 릴을 감으면서 살아서 펄펄 뛰는 그 물고기와 줄다리기를 하지. 그러다가 하얀 파도 사이로 커다란 물고기가 튀어 오를 때 온몸에 전달되는 짜릿한 생동감. 내가 너희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이런 진짜 경험이야."
- 생략

- 굿바이, 욘더 p.79


그리고 인간이 사는 곳에 사랑이 없을까.
비록 모든 일상이 간소화되고 네트워크에 자신이 노출될지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사람도 명이 다해 죽을 것이며 자신 또한 슬퍼할것이다. 그 사람을 잊기 위해, 혹은 잊지 못해 술로 밤을 지새우거나 일에만 몰두할 것이고 때로는 타인과의 정(情)을 교류하게 되며 그 정을 통하여 새로운 인연을 맺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그 사람을 보낼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한다면 누구나 그의 흔적을 뒤쫒을것이다. 자살을 결심할 사람도 있으며 그가 남긴 유품들을 그리워하며 어루만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슬프고 슬프겠지. 과연 우리들이라면 후자쪽이 아닐까. 만에하나 자살을 한다면 과연 우리는 정말로 사랑하는 그 사람의 곁으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소설에서는 작가 나름대로 생각한 이상적인 사후세계도 그려져 있으며 진실된 사랑이 아니고서야 할 수는 없는 일을 하고야 마는 주인공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에서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이 책을 읽고나서, 과연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리 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굿바이욘더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장환 (김영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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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찾았습니다. 설 연휴 내내 이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줄거리만 보시기에는 이 책의 선택을 꺼려할 분이 많기에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제하면서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개소리야..." 싶을 어려운 내용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존재할지 모르지만 책을 한 번 읽으려는 것도 아니고 샀다면 몇 번은 읽으시겠고 빌렸다 하더라도 한두번은 읽으시겠지요. :-)

작가는 작가 나름대로의 사후세계 -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극락, 천국, 열반 등으로 묘사되는 사후세계를 미래답게 묘사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로 이루어지는 이 세상,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세상. 행복할것만 같지만 미래를 소재로 한 작품들에서는 하나같이 활기차지만 무언가 슬픈 세상으로 보여집니다.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구요.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작가님은 컴퓨터 관련 공부를 많이 하신건지, 아니면 평소에 SF쪽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하셨는데 관련 매체를 많이 접하셔서 알게 되신건지 이 소설에서도 컴퓨터 공학과 학생인 제가봐도 약간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나오기에 신기했습니다.

무튼 요사이 책을 찾으신다면, 이유없이 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고려해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네, 전 그만큼 마음에 들었습니다. 참 재미지게 잘 읽었습니다.

ps . 알고보니 제가 좋아하는 소설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도 이 분이 처음 번역하신 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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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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