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에는 그나마 덜하지만, 이전 정부, 이전의 이전 정부에는 그 폭이 참 심했습니다.
지금 정부요? 젊은 표 좀 얻어보겠다고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워 젊은 표를 얻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달라니 하는 말이, 실질적인 반값이 아닌, 심적 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의미에서의 반값이다, 라는 말 장난부터 시작해서 여론이 슬슬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더니 세금에서 채우겠다는, 그러한 반값 등록금을 슬슬 꺼내기 시작하셨지요.

대부분의 친구들은 부모님께서 반 정도를 대 주시고 나머지는 학자금 대출을 통하여 빌리고 방학동안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느정도 대출금을 값아나간다고 합니다.
등록금 이야기를 잠시 해 보아야 할 것 같네요. 2011년 1학기 기준 저희학교 등록금은 4,448,500원이었습니다.
이런 친구들은 졸업하면 약 1,500만원~2천만원 정도의 빚을 지게 되는 셈이고, 이보다 더 심한 사람은 2,500만원까지 빚을 지게 됩니다. 
그래도 학자금대출이란 제도는 참 좋습니다. 돈 없는 사람, 돈 빌려주면서 배울 수 있는 제도인데 정말 좋은 제도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 좋은 제도가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게 바로 이율이라 생각합니다.
일반 소득 계층의 경우 이율은 연 4.6%를 차지합니다. 한학기 200만원, 총 400만원을 대출하게 되면 연 16만원이 이자로 빠져나간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약 2천만원을 대출받은 친구들은? 끔찍합니다 80만원에 육박합니다.

또한 이런 친구들 뿐만 아니라 06학번 졸업반인 제 학년에 02학번, 01학번, 심지어 99학번 형들도 계십니다. 왜그럴까요?
이 형님들은 한학기를 다니고 한학기를 휴학하고. 이 휴학하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을 충당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졸업을 못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형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우리학교 우리과의 경우엔 1년에 약 900만원정도의 등록금이 필요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교재비도 사야하고, 밥도 먹어야 합니다. 이른바 최저 생계 활동입니다.
여기에 친구들과 취미활동으로 PC방이나 당구장, 기타 오락실이나 술집 등을 갈 수 있지만 논외로 치겠습니다.

전공 책만 하더라도 약 4권, 10만원 가량 들어가는가 하면 교양책을 사는데도 약 4~6만원이 소요됩니다.
물론 제본을 뜰 수는 있겠지만 책의 질도 그러하고 일부 교수님의 경우 제본을 떴다는 이유로 A 줄 점수를 B로 깎기도 합니다.
저도 학년 초기엔 대부분 책을 직접 구입했지만 지금은 생활비가 많이 부족해서 제본을 뜨거나 대부분 책을 대출해서 공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책값에, 하루 식비가 한끼에 4~5천원을 호가합니다.
학생식당, 좋습니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싸기만 해서 좋을 뿐 입니다. 다른 학교야 싸고 맛있다지만 우리학교의 경우엔 싸고 맛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하루 식비 한끼에 4천원, 때로는 강의가 많기에 굶기도 합니다만 5일에 2만원 정도, 한달 4주 총 8만원 정도 소요됩니다.

여기에 자취하는 제 이야기를 약간 보태자면,
전세집이기에 월세는 들어가지 않지만 건물 관리비 3만원(인터넷, 건물 청소비, 정화조 청소비, 재활용 쓰레기통 청소비, 건물 유지비가 포함됩니다), 여름의 경우 전기세 28,000원, 가스비 약 5천원, 겨울의 경우 전기세 15,000원, 가스비 약 3~4만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책값은 한학기에 모두 퉁칠 수 있지만 밥값 + 공과금을 더하자면 한달에 약 15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끔찍합니다. 

또 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전에 갓 전역했을 당시(09년도)에는 3만원이면 동네 슈퍼에서 좋은 식재료 잔뜩 살 수 있었습니다.
인스턴트 냉면부터 시작해서 햄도 사고, 양파, 감자, 햄을 포함하여 약간의 식재료를 충분히 구입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3만원으로 살 것이 딱히 없습니다.
라면값도 상당히 오른데다가 감자며 양파며 햄이며 대부분이 올라서 조금만 담아도 3만원은 우습게 넘어갑니다.

하지만 이게 지금이란 점이 무서운겁니다. 다음달에 대전, 대구시를 시작으로 공공요금의 인상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자취생은 대체 뭘 어디서 어떻게 조달해야 합니까.
한달 45만원 용돈을 받지만 이마저 약간 부족해 매달 부모님께 10만원씩 더 보내달라고 하는 입장입니다.
책 한 권 사보고 싶은것, 꾹 눌러담고 학교에서 신청-대출해서 보기도 하지만 때로 공부할 때 필요한 서적을 사고나면? 없습니다.
여자친구 사귀면서 데이트? 요사이 제대로 해 본 적 없습니다.
어디 놀러가기가 무섭고, 어디 뭐 사먹고 싶어도 못사먹습니다. 왜냐구요? 돈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동아리 활동을 자주 하고 싶어도 후배들은 밥사달라 뭐 사달라 하기도 하고 동아리 회비 내기도 벅찹니다.
때로는 친구들과 방학 때 MT를 가고 싶어도 회비가 너무 걸려 놀러가지도 못한 적, 꽤 많습니다.

이야기가 약간 삼천포로 흘렀습니다.

저는 사실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겠다는것, 그렇게 반값으로 무조건 내리게 되면 분명히 다른 한 구석에서 반작용으로 우리들에게 돌아올 게 뻔합니다.
그래서 반값으로 내리기는 하되, 그 반값을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생활은 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가도 모조리 다 오르고 공공요금도 오르고 등록금도 오르고 그러면서 월급은 안오르고 내리는 건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밖에 없습니다.
먹고싶은 것, 제대로 먹지를 못하고 하고 싶은 것,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공부에 빠져서 살고 싶어도 책값에 허덕여서 매일매일 인터넷 검색을 해서 배우는 수 밖에 없고, 테스트용 단말기를 사서 공부하고 싶어도 현실은 그렇게 하기엔 매우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꿈과 글과 컴퓨터와 낭만을 안고 살던 저는,
이렇게 등록금과 물가와 공공요금에 치이면서. 친구들의 등록금 한풀이를 들어주면서 새까맣게 물들었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는 현실이 참 무섭고 참 슬프기도 합니다.
빛나는 졸업장이 아닌 빚내는 졸업장. 그리고 취직의 어려움. 취직을 하여도 학자금을 갚느라 월화수목금금금. 그저 슬플 뿐입니다.
25살이 되어서 벌써부터 돈돈돈 하면서 살게 된 제가 부끄럽고 원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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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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