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이 날은 비가 많이 왔었다. 대부분의 일정을 실내로 잡고, 조금씩 이동하며 많은 것을 구경하려 했었다.
일본에 오면 항상 편의점 털이를 하는데, 우리나라의 편의점이 많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일본을 제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대표적으로 레토르트 음식들인데, 도시락은 확실히 우리나라가 한수위이지만, 레토르트 음식들은 내용면에서나 가격면에서나 일본이 훨씬 우위에 있다. 특히, 돈코츠 라멘 레토르트는 신기하게도 전자렌지에 데우면 국물이 생긴다! 이 얼마나 혁신적인 음식이란 말인가!
일본의 지하철은 한국보다도 훨씬 어렵고, 비좁다. 심지어 우리나라와 같이 무료환승 개념도 거진 없는 편이라 자칫하다가는 교통비로 돈을 다 써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나마 도쿄는 오사카에 비해 환승역의 개념이 많이 편하다고 생각된다. 오사카역에서의 환승은... 지금 생각해도 악몽 그 자체였다.
오모이데요코초는 꼬치거리라고 볼 수 있었다. 아무데나 들어가서 대충 꼬치에 맥주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혼자 여행을 다닐 때에는 그러한 낯짝이 나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저곳 서성이다가 분위기나 한껏 즐기고 빠르게 다음코스로 이동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아쉬운 이곳.
멘야 무사시는 아주 유명한 신주쿠의 라멘전문점인데, 기본적으로 20분의 대기시간이 존재한다고 한다. 난 다행히도 운이 좋게 5분도 안돼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여기서 무엇을 더 말할까. 돈코츠라멘파인 나조차도 아주 맛나게 먹었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라멘집이기도 하다.
워낙 내가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게임과 관련된 티셔츠를 사주고 싶었다. 그런데 마리오 티셔츠는 3~4살 정도 되는 큰 애기들을 위한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당시 돌도 안된 내새기한테는 맞는 사이즈가 없었다. 아쉽게도 토이스토리 티셔츠와 스플래튠 바지를 사주는 것으로 만족.
에어건은 사실 취미가 그다지 없는데, 살짝 밀덕끼를 내포하고 있는 나로써는 언젠가는 에어건에 입문할 것 같은 느낌. 매년 한번씩은 뽐뿌가 와서 견적을 내보기는 한다. 에어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데, 그놈의 탄속규정에 이것저것 말도 안되는 규정이 빡쳐서 아직까지 구입하고 있진 않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레드닷이라거나 조준경과 같은 물품조차 불법에 가깝다. 농담삼아 "대롱에 BB탄 넣고 입으로 불어도 에어건보다는 셀거에요" 라는 말이 나오는게 아니다. 뭐 이건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고.
3년 전 오사카 여행 때 나와 내 아내가 커플로 맞춘 솜옷(찾아보니 한텐 또는 큐쿠쯔하오리 라고 한다)을 아주 잘 입고있는 터라, 여름에 입을만한 가족 유카타를 찾아보려 했었는데 마땅히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다. 가격은 드럽게 비싼데 아주그냥 아부지 난닝구 같은 느낌이라서 쳐다만 보고 지나쳤었다.
과거에는 일본의 삼각김밥/주먹밥류가 한국보다도 훨씬 맛있었지만, 지금은 한국에서도 신기하고 맛있는 삼각김밥이 많이 나와서 일본보다도 우위에 설 때가 많다고 느껴진다. 여기에 덧붙여서 샌드위치까지. 하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에는(위의 돈까스 샌드위치마냥) 한국의 샌드위치는 비빌 수 없는 고레벨의 경지에까지 이르르는 것들이 존재한다. 저 돈까스 샌드위치는 데워먹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촉촉하고 양도 푸짐해서, 저거 하나만 먹어도 아침식사는 간단히 해결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저기에 오후의 홍차까지 곁들인다면 ㅠㅠ 아 ㅠㅠㅠ 일본가고싶다.
많지 않은 준비를 한 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9시 55분 비행시간인지라 대충 7시 정도에 출발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철도에는 사람이 많았었다. 심지어 앉아갈 수 없을 정도... 부끄럽게도 인천공항에서 에그를 수령하는 곳을 찾느라 헤매긴 했었다.
탑승준비를 하는데 있어 수하물 수속이 셀프로 변경이 되었는데 뭐랄까... 돈 받은 만큼 일하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런것마저 직접 해야하는건가 하는 수고로움과 귀찮음이 동시에 존재했다. 그렇다고 셀프 체크인만큼 편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심지어 제 2터미널에서 출국을 하게 되었는데 제 2터미널은 처음이었다! 5분간격이랬나 10분간격으로 운행하긴 하지만 그래도 신기한 경험이긴 했음. 캬캬캬
일본어를 읽을 수 조차 없는 비루한 몸뚱이인지라 열심히 구글링을 해서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봤다. 사실 크게 어려울 것 없었는데, 내가 머무는 숙소에서 공항까지 한 번의 환승으로 편하게 갈 수 있었기 때문. 다만 시간이 쪼금 걸려서 그랬지.
일본 도쿄에 도착하고나서 가장 놀라운 점은, 자유로운 흡연문화가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좀 찾아보니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면서부터 금연정책이 엄청나게 강도가 높아졌는데, 이게 올림픽 유치 권고사항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흡연구역이 지정되고, 이 이외의 구역에서 흡연을 하다가 걸리면 벌금이 꽤나 세다고 한다.
심지어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금연/흡연구역이 분리가 되어있을 정도이며, 일반 음식점의 금연정책도 곧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나름의 충격과 공포.
그러다보니 담배자판기와 함께 흡연을 할 수 있는 서너평 정도의 공간, 일명 "흡연실"이 곳곳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루트인 호텔에서 4박을 하게 되었는데 여기 조식시스템이 지금까지 다닌 호텔과 꽤 달라서 애를 먹었었다. 호텔 프론트 데스크에 있는 직원이 영어를 상당히 못하긴 했었지만 조식에 대한 설명을 아예 들을 수 없었고, 지금까지 다닌 호텔들은 호텔 방 열쇠(또는 카드키)를 들고가면 조식 레스토랑 입구에서 확인 후 이용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여기에는 그런 것 없이 로비에서 조식 쿠폰을 발급 받아서 제출하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첫날은 이걸 몰라서 헤매다가 그냥 들어갔었는데, 레스토랑 매니저가 뭐라뭐라 하다가 같이 프론트에 가서 쿠폰을 받아오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설명서를 저렇게나 잘 만들어놨으면 그런거라도 좀 적어두던가...
거기에 그린정책인지 뭐시긴지가 있는데, 이거에 동의를 하면 침대 침구류를 교체하지 않는 대신 음료 토큰을 대신 지급해주는 정책이 있었다. 물론 수건이나 가운, 쓰레기통 같은 건 매일매일 교체해주긴 하지만. 어차피 나야 크게 상관이 없어서 토큰을 대신 받았었다.
해당 토큰은 소프트 드링크나 맥주로 교환이 가능해서 개꿀이었던 부분.
AKB48 카페에 대해 좀 찾아보니 이래저래 아키바 덕후들한테는 좋은 평을 받지 못하는 듯. 뭐 아키하바라 출신성분(?)을 부정한다나 뭐라나...
일본에 오면 성인용품샵을 꼭 가보고는 한데, 여기서 가장 크게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경험하고는 한다. 일단 수많은 섹스용품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있는 모습과 수많은 AV들이 진을 치고 있는 이곳.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은퇴한다며 은퇴작 DVD를 출시했는데 값이 상당히 나가서 구매를 차마 하진 못했다.
여튼, 요사이 리얼돌 이슈니 뭐시기니 하는 것들이 대두가 되고있는 요즈음, 합법적인 성인용품들을 보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여기까지 둘러보고 lawson 드래곤퀘스트 콜라보 편의점에 들어가서 구경했었다. 드래곤 퀘스트는 1도 모르지만 역시 콜라보는 콜라보구나. 드래곤 퀘스트 관련 콜라보 물품들도 파는데다가 대기열조차 드퀘와 관련되어있고, 문열리는 소리마저 드퀘 이펙트라니. ㅎㄷㄷ
여기까지 둘러보고 시간이 꽤 늦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빅카메라 아키바 점을 들어갔다.
마이티아 인공눈물은 멘솔과 같이 눈을 싸하게 만드는 성분이 들어있어서 아주 좋아하는데, 집에는 1단계, 7단계 10단계를 두고 쓰는 중이다. 일본에 왔는데 눈이 뻑뻑하길래 보이자마자 구매함. 이건 비타민이 많이 첨가된 버전이라 하며, 멘솔과 같은 성분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모테나시 쿠로키는 금요일이면 이름을 바꾸고 특별메뉴만 판매하는걸로 유명한데, 대표적으로 오리육수를 사용한 라멘이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금요일엔 시간대가 안맞아서 갈 수 없었고, 다른 날 방문하니 그땐 브레이크타임에 걸려 또 먹질 못했다.
호텔로 돌아와 구매한 물건들을 대강 정리한 후, 조금 쉬었다. 저녁을 먹으려고 초밥집을 알아보았는데 내가 알아본 초밥집은 당최 주문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1도 알수 없는데다가 가격이 꽤나 나가서 부담스러웠다.
구글맵의 힘을 빌어 더 뒤져보니 근처에 꽤 괜찮은 초밥집이 있어서 여기로 갔다.
3인분 모듬초밥과 단품으로 몇개를 더 주문하려 했었는데, 흰 모자를 쓴 분이 많다고 뭐라 하시는 듯 했다. 그래서 쿠다사이 쿠다사이 이소릴 하니까 결국 내주셨다. 아주 맛있었음. 옆테이블의 중년 부부가 내 초밥을 보며 헤에 스게 잇빠이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이정도는 내 위장의 절반도 못채우지.
초밥을 워낙 좋아하는데 사실 한국에는 꽤 그럴싸하게 맛좋은 초밥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맛좋은 초밥은 워낙 비싸기도 하고. 그렇다고 평범한 일식당에 가게 되면 항상 있는 그저 그런 초밥들만 있는데, 일본은 어딜가도 새로운 생선들의 초밥이 있어 좋았다.
주인도 그렇고 가게 분위기도 그렇고 여러모로 전형적인 일본 분위기를 하고 있는터라 아주 만족스러웠던 식당. 이후, 4일차 밤에 또 가게 된다.
우리 부부는 매년 해외여행을 다녀왔었다. 그러다 아이가 생긴 이후에는 서로 번갈아가며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가령, 19년 초에는 아내와 처제, 장모님을 대만에 보내드렸었고 이번에는 내가 도쿄를 다녀오는 식으로. 다만 생각보다도 여행일정을 급하게 기획한데다가 연말에 가려던 여행이 많이 앞당겨졌는데 이는 개인적인 이유로 이렇게 변경되었을 뿐이다.
19년 6월 12일부로 다니던 직장의 퇴사를 앞둘 무렵 아내가 말하길, 이직을 하게 되면 휴가를 길게 내기 쉽지 않을텐데 이참에 여행을 다녀오라고 권해주었었다. 겸사겸사 100만원을 지원해줄테니 가고싶은데를 마음껏 다녀오라는 말 까지. 그렇게, 여행을 약 2주 앞두고 바로 계획을 세웠었다. 일단은 어디로 다녀올까.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일본을 좋아하고 일본여행을 자주 다녀오려는 나의 입장에서는 일본은 덕질과 먹는것, 이 두가지로 크게 구분지을 수 있었다. 거기에 일본음식하면 나에게 있어 초밥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삿포로가 초밥으로 유명한 도시 아니던가. 반면에 도쿄는 내가 가본적도 없고, 덕후의 성지라 불리는 아키하바라까지 있으니 아주 고민이 많이 되었다.
이 선택에는 날씨가 크게 한몫 했는데 여행일정을 선택한 주간에는 비가 계속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흠, 삿포로는 초밥과 라벤더꽃과 광활한 자연풍경이 아니고서야 볼것이 크게 없는 도시인데. 비가 내리면 건물에서 노닥거릴 수 있는 도쿄가 좋겠구나. 그래 도쿄 낙점. 이렇게 선택된 여행지였다.
처음에는 3박 4일 정도를 생각했었으나, 저가 비행기를 알아보다보니 3박 4일보다는 4박 5일이 조금 더 저렴함을 알게 되었다. 거기에 출국/입국 시간까지 고려하면 4박 5일의 비행기표 가격이 1박의 숙박비를 상쇄할 정도로 조건이 좋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4박 5일로 일정을 고려하게 되었다.
출퇴근을 하는 시간에도 도쿄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며 대략적으로 다섯군데의 스팟(?)을 정해두고 그 스팟안에서 먹을것과 볼것, 쇼핑할 것을 세부적으로 나누는 일..이었으나 사실상 먹는것이 전부인 여행이었다. 일본? 그거 먹으러가는거지 뭐 다른게 있습니까? 안그래요? 그렇게 아래와 같이 대략적으로 정해보았다.
숙소인 아사쿠사를 중심으로, 먹고싶은 음식들을 정해 먹을 수 있는 음식 근처의 주요 구를 정해 돌아다니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거기에 도쿄에 이미 다녀온 동생에게 조언을 구하자, 요코하마의 아카렌가 창고가 그렇게나 예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든 요코하마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까지 더해져, 기본적인 일정을 수립하게 되었다.
퇴사를 마무리하고 약 4일 정도 집에서 아이와 아내와 함께 노닥거리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뭐 사실 짐싸는게 별거 있나. 속옷 5일치와 양말 5일치, 옷 두어벌에 카메라와 렌즈 두 종, 삼각대 정도면 충분하지. 비상약이니 나발이니 그딴게 알게 뭐야. 물론 여권 또한 필수. 지난 일본여행이나 대만여행에서 와이파이 에그의 위력을 경험한데다가 LTE 로밍은 그다지 효과를 못본 입장에서, 가격도 1일당 약 1만원의 고가인점을 고려해서 이번엔 와이파이 에그를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