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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베르나르의 새 소설이 출간되었다. 그 이름은 바로, 파피용.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단한 상상력을 글로 써내는 재주와 독특한 세계관으로 이루어진 그의 전작들, 개미와 타나토노트, 뇌 등등의 작품들.

이전 개미의 리뷰를 쓰면서 결말이 너무 안드로메타 틱하게 빠져 버린 것에 대해서 매우 아쉬웠다고 쓴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직 리뷰를 쓰진 않았지만, 뇌 마찬가지였고. 과연 이번작품 파피용은 어떠할까.

 

 

 

우리는 한 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종말이란 세상은 어떤놈의 세상이고 어떻게 오는 것이며 언제 오는 것인지. 그 종말이라는 세상은 신이라는 작자가 떨구는 감자같은 운석덩이에 붙어 오는 것인지, 아니면 서로 흥분이 되어 싸우다가 스스로 자멸하게 되는 것인지. 오징어같이 생긴 외계인이 지구로 흘러들어와 레이저빔으로 우릴 다 녹여버리는 것인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는 종말이 오면 다 죽는가,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난 살고 싶은데. 그런데 나만 살아서 무엇을 하나. 다른 사람과 같이 살고 싶다. 아니 사람하고만 살면 안된다. 거대한 지구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사람 하나가 무슨소용이 있을까. 동물도, 식물도 같이 살아야 한다.

 

 

하나님이 노아에게 이르시되 모든 혈육 있는 자의 강포가 땅에 가득하므로 그 끝날이 내 앞에 이르렀으니 내가 그들을 땅과 함께 멸하리라. (창세기 6:13)

 

만약 우리에게 종말이 오게 된다면, 우리도 방주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종말이란 것이 꼭 홍수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닐수도 있다. 기후 변화와 인적 재해, 우주 재해로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껏 방주를 만들었는데 운석이 떨어지게 되면. 이거야 말로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과 헤일로, 그리고 다른 여러 게임들. 이 게임들 뿐만이 아니라 오래전에 있었던 많은 세계 역사들. 이 게임들과 역사들의 공통점으로는 한 가지가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본거지를 넓히기 위해 다른 행성/나라로 진출하였다는 것.

 

우리에게 종말이 오게 된다면, 우리는 그 종말을 피해 다른 행성으로 도망을 가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라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나 헤일로에서는 시대적 배경이 2500여년 정도가 된다. 그러니까 당연하게도 광전자 엔진이나 워프 기술들이 발전해 있겠지만. 아직 우리들 기술로는 그것이 부족하다. 그럼 그 시간동안 사람들이 죽으면 어떻게 할까?

답은 간단하다. 많이 태워서 죽어도 죽어도 보충이 되도록 만들면 된다. 그러니까, 우주선을 엄청나게 크게 만들면 된다.

그리고 동식물들은, 인공수정을 하면 되니 정자와 난자들을 냉동보관 하면 될 것이다.

 

내가 인 맺은 자의 수를 들으니 이스라엘 자손은 각 지파 중에서 인 맞은 자들이 14만 4천이니

(요한게시록 7:4)

 

우리가 지구를 탈출하게 되면 그 길고 긴 시간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1천년이라는 세월을 우주선 안에서 보내야 할 것이다. 사실 인간 수명이 80년이라고 가정하게 되면 우리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도 우주선 안에서 보내겠지만.

일단 지구를 탈출하게 된 이유는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그 불안감은 지금 곳곳에도 발견이 된다. 각지에서 벌어지는 테러들과 북한의 대남 도발, 계속 만들어지는 핵무기.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상 이변, 점점 더 잔인해지는 살인들. 그리고 눈 뜨고 도저히 못 봐줄 여러 사건들.... 신이란 작자가 떨구는 돌멩이보다도, 꼴뚜기 같이 생긴 외게인들이 쏘아대는 레이저 빔 보다도 저것이 더 무서웠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저런 결과를 되풀이 하면 안 될 것이다.

 

14만 4천명의 수가 우주선에 타게 되고 그것이 날아간다면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조선 왕조가 500년이었다. 그 조선 왕조 500년에도 많은 일이 있었는데, 우주선 1000년에는 무슨 일이 없을까. 없게 하기 위해서는 그 불씨조차 주어서는 안된다. 폭력의 씨앗을 주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람은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원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우두머리가 존재해주길 바라는 존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두머리가 존재하면 그 존재를 욕하지만 그 단체는 결집력이 대단해진다. 그러나 그 우두머리가 없는 공동체라면 결집력이 상당히 미약해지게 된다...

 

이 1천년동안 인간은 많은 진화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작 1년동안 무슨 진화를 할까 싶기도 하다. 과학의 궁극적 진화는 자연이라는 결론처럼, 1천년에 따른 우주선 안의 최종적 모습은 정글과도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정글에 사는 우리의 후손의 후손의 후손의 후손님들은 아마 원시인과도 흡사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 때 즈음이 되면 아마 우리가 원하던 행성에 도착했을 것이다.

 

 

주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의 코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창세기 2장 7절)

주 하나님이 남자에게서 뽑아 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여자를 남자에게로 데리고 오셨다. 그 때에 그 남자가 말하였다. "이제야 나타났구나 이 사람! 뼈도 나의 뼈, 살도 나의 살,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남자와 그 아내가 둘 다 벌거벗고 있었으나,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창세기 2장 22~25절)

 

과연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가 원하던 행성에 도착을 잘 하였을까? 혹시 남자 하나만 살아나거나, 여자 하나만 살아남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도중에 모두 죽지는 않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도착 했을까? 이렇다면 다행이지만.

 

 

 

 

베르나르의 이야기는 의문에 의문을 던지며 책의 말미에 마침표를 찍는다. 잠시도 손에서 뗄 수 없는 묘한 중독감을 맛보게 해 주는 책, 파피용.

이 결과를 직접 확인하시라.

참고로 개미나 뇌와 달리 4차원으로 결말이 빠지는 구조가 아니기에 난 파피용을 매우 재밌고 즐겁게 읽었다.

파피용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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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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