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숙소 앞에서.
첫날밤을 킹크랩/곰새우와 함께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했다. 어딜가나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와 키릴문자로 도배가 되어있었으나, 길을 걸으면 걸을 수록 이상시럽게 알파벳이 눈앞에 아른거리다시피, 뜨문뜨문 읽을 수 있는 기적을 행하기도 하였다. 이 곳에서 우리가 많이 알게 된 건 러시아 사람들은 자국에 대한 애국심이 상상이상이었으며 더듬거리면서 러시아어로 말을 하면 아주 좋아하더라는 점이었다. 그 나라의 언어로 소통을 한다는 건 정말 여행을 다니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기쁨일지도 모르겠다.
군데군데 낡고 색이 바랜 건물들 투성이지만 이상하게도 을씨년스럽다거나 혹은 낙후되었다는 느낌은 크게 받지 못했다. 러시아 라는 콩깍지가 제대로 씌여서 그런것일수도 있다.
러시아는 위험한 나라라서(인종차별이라거나...) 밤에 함부로 나돌아다니지 말라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듣고는 한다. 오죽하면 나도 호신용품을 사서 갈까 싶기도 하였건만. 생각보다는 위험하지 않았지만 그건 우리가 운이 좋은 케이스 + 축제기간의 순찰강화 버프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이라면 글쎄, 자신이 없다.
이 날은 마약등대를 시작으로, 러시아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음식점을 다녀왔다. 그리고 클레버 하우스에서 미친듯이 쇼핑을 즐긴 날이기도 하다.
한국기업 KT가 조성한 아르바트 거리. 이곳의 해적커피가 그렇게나 유명하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근방에 아주 유명한 핫케이크 가게가 있지만, 한국사람이 많은 관계로 우린 들어가지 않았다.
가볍다는 이유로 10-18mm 광각렌즈를 마운트해서 다니는 내 아내.
이 날은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해적커피에 와서 아메리카노는 주문하지 않고, 카푸치노(좌)와 복숭아 쥬스에 에스프레소를 섞은(우) 음료를 마셨다.
근처에 피규어 샵이 있어서 멍하니 쳐다보게 됨. 이 가게에서 Slipknot 티셔츠를 구매함.
우리가 가게 될 Porto-Franco. 러시아 전통식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가게 인테리어가 뭔가 그로테스크한 느낌..
화려한 그림이 잔뜩
이런 조명은 좋아하지 않지만, 뭐 내 가게도 아니고.
일단 발티카 맥주로 시작한다.
발티카. 여행에 와서는 현지 맥주 브랜드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똠양꿍 보르쉬. 사탕무를 넣고 양배추와 함께 끓여낸 스프. 샤워크림을 풀어서 먹으면 맛있다.
맛은 살짝 시큼한 맑은 김치찌개를 먹는 느낌. 샤워크림을 풀어넣은 비쥬얼이 많이 심각하지만 맛있어서 용서가 됨.
러시아식 소시지와 감자. 소시지가 살짝 비리다.
단면은 이러함.
보르쉬에 샤워크림을 섞은 모습. 음....
샤슬릭. 꼬치에 꽂아나오는 비쥬얼을 원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실망. 근데 맛있음. 헠헠
핫케이크. 얇게 저며낸(?) 크레페(?)를 층층히 쌓아올린 모습을 하고 있다. 아주 맛있다.
이 많은 요리를 다 비워버림.
제대로 된 러시아 전통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에서 유명한 음식들을 이렇게 한자리에서 다 먹어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소시지가 생각보다 비렸지만 뭐 그건 문제될 건 아니고. 저 많은 음식과 맥주를 한 병 비웠는데, 이게 다 맛있어서 가능한거였다.
우리 바로 뒷 테이블에 여자 셋으로 구성된 한국인팀이 있었는데 우리가 주문한 양을 보고 상당히 놀란 모습을 보였다. 껄껄
이제 마약등대로 떠날 준비. 버스를 타고 약 한시간 가량 가야한다.
가는길에 평양관이 존재하는데, 이곳에서 북한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래저래 일정상 패스한 곳. 상당히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마약등대를 가기 위해 정류장에서 내렸다. 대우 버스가 참 인상적이다.
마약등대를 가는 길에 만난 범선(?)
드디어 보이는 마약등대. 그런데...
어...? 형들이 거기 왜 있어...?
밀물과 썰물이 존재하는 곳이라 여겨지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다.
바람이 엄청난데도 서핑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오오, 역시 불곰국
우리가 저 길을 걸어왔다 이거지...
맘만 먹으면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워낙 파도가 세서 한 번 미끄러지면 다음날 한국 신문에 실릴 것 같았다.
그런데 대체 저 형님들은 어찌간거여....
군함의 모습도 이렇게 볼 수 있다.
아무리 봐도 신기하단 말이지.
상선과 군함의 만남.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닌 것 같다.
좀 쉬자...
한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내린 후 다시 30분 가량을 걸어가면 드디어 마약등대를 볼 수 있다. 아쉽게도 마약등대까지 갈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나마 볼 수 있었다는 부분에서 좋았다. 바람이 매우 거셌지만 이건 아무 일도 아니지. 서로 한참을 깔깔대면서 구경하고, 쉴만큼 쉬고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가 버스를 타게 된다. 근처에 편의점이라거나 뭐 그런건 1도 없으니, 만약 마실 것이 필요하다면 미리미리 챙겨가도록 하자.
아, 킹크랩 파는 가게가 있긴 하다.
버스정류장에서 마약등대까지의 이동경로. 말이 좋아서 25분이지 언덕도 있고 뭐 좀 쉬고 하다보면 30분은 훌쩍...
다시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로 돌아와서, 러시아 정교회 사원에 들르게 된다.
이쪽은 신자들이 미사를 드리는 예배당.
성당냥이을(를) 만났다!
또다른 성당냥이을(를) 만났다!
그는 아주 귀여웠다!
로마의 성당을 가본 후, 러시아 정교회 성당을 가본 느낌으로는 역시 전혀 다르다. 일단 로마 성당은 외관이 화려한 대리석 장식으로 되어있고 아주 크고 높고 넓고 뭐.. 그런데 비해, 러시아 정교회 성당은 외관이 금칠을 한듯 아주 번쩍번쩍하다. 그리고 내부는 상당히(매우) 좁은데, 성당 내부에 벽이니 기둥이니마다 죄다 성인들 액자가 걸려있고, 그 액자 아래에는 촛대가 놓여져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그 성인들 액자에 코를 가져다 대고, 각각의 성인들에 대해 인사를 드리고 기도를 한다. 뭔가 로마와는 아주 다른 모습에 신기하다.
위에서 보여지는 신자들의 예배당에 들어가보았는데, 한창 미사중이어서 그런지 감히 끼어들 엄두가 나질 않았다. 모두 다 서서 미사를 드리고 좁은 방안에서 성가를 부르는 모습이 아주 신기했다.
클레버 하우스를 가기 전에 일단 화장실을.
오오, 건물이 참 화려하다.
오른편의 갈색빛 벽이 화장실 건물이다.
한 사람이 강아지와 함께 산책나온 듯.
클레버 하우스의 지하 마트에 들렀..는데 여기가 한국인가?
각종 훈제 해산물을 이렇게 판다.
술! 요사이 술을 잘 안마시는 나지만, 괜히 술만 보면 눈이 돌아간다.
각종 유제품과 케이크
여기서 딸기맛 케이크를 골랐다.
뭐 캐비어도 있고 뭐시기에 저시기에 기타등등 각양각색의 통조림들
그리고 진공포장된 킹크랩 살들. 하지만 이곳의 살은 안사는게 좋다. 매장에서 사는게 훨씬 좋음.
크... 술을 잘 안마시지만 맥주는 언제나 옳지.
발티카 9! 이걸 사자!
울 아내는 멜론을 보고 감동받았다.
캐비어.
술안주 진미 오징어.. 같은건가봄.
아 이거 사고싶었는데 사도 어떻게 조리해야할지 몰라서.ㅋㅋㅋ
클레버 하우스의 마트에는 선물들을 사기 아주 좋다. 인터넷에서 뒤져보면 아기 초콜릿이니 뭐 홍차니 커피니 뭐시기니 기타등등이니 산은 산이오 물은 물이오니 뭐 여튼 안파는게 없다. 아기 초콜릿이 선물용으로 아주 좋다는데 우린 그거 맛없어서 절대 사지 말자고 다짐한 물건 중 하나.
이곳에서 도시락 라면과 캐비어 통조림, 맥주, 선물용 초코하임(같은거)이라거나 뭐 케이크 등, 그날 저녁에 먹을 것을 잔뜩 샀었다.
러시아에 갔으면 대부분 보드카를 꼭 사야한다는 말을 하는데, 클레버 하우스의 매장에서는 안사는 것이 좋다. Винлаб 이라는 주류매장이 블라디보스톡 곳곳에 위치해있는데, 거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를 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 유명한 보드카는 벨루가가 있다. 우리는 아부지가 요청하신 벨루가 골드라인과 선물로 줄 벨루가 트랜스 아틀란틱 레이싱을 세 병, 집에서 마실 이름 모를 보드카 한 병을 구매했다.
이게 다 얼마여...ㄷㄷㄷ
그리고 이렇게 캐리어 잠금처리를 당함.
이후의 이야기지만 술 이야기가 나온 김에 포스팅을 이어가자면, 당연하게도 해외여행시 주류반입은 인당 1L 한병, 400$ 미만에 한해 반입이 가능하다.
우리가 구매한 술은 비싼것도 비싼거지만, 인당 1병, 총 2병을 반입 가능한데 이를 초과했기에 관세대상으로 잡히게 된다. 신용카드 내역이 아무래도 한 몫 한 것 같은데, 다행인 점은 우리가 애초에 자진신고를 제출한 점으로 가장 저렴한 보드카의 가격으로 산출하여 1만 8천원 정도의 저렴한 세금을 납부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자진신고 꼭 합시다.
발티카 9! 배불러서 다 마시지는 못했다.
벨루가 트랜스아틀란틱 레이싱.
러시아 조정경기팀인 벨루가에게서 영감받아 만든 보드카라고 한다. 40도에 이르는 독한 술이지만 아주 깔끔하게 넘어간다.
아이스크림.
빅본이라는 스파게티와 도시락.
소금덩어리 햄. 아주 짠데 풍미가 아주 독특한 술안주다. 이거 좀 더 사올걸..
내용물은 이러하다. 포크와 마요네즈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구성품.
라면을 끓이고 이렇게 마요네즈를 넣어 먹는다.
이게 그렇게나 꿀맛이라는데, 먹어본 바로는 일단 라면 자체는 우리나라의 도시락과 사뭇 다른 맛이다. 그리고 마요네즈를 넣어 살짝 달달한 맛이 감돈다.
물론, 한국에서 절대 이렇게 해먹지는 않을거다.
마트에서 파는 생맥주. 캬.....
4.5도짜리 맥주. 그냥 맥주맛이다.
오늘 장 본 물건들. 왼쪽 위의 꺼먼 음료수는 크바스 라는 러시아식 음료수다. 마트에서 파는 기성품 크바스는 아주 맛이 시큼털털하니 맛없다.
본격적인 크바스는 다음날 혁명광장에서 먹게 된다.
딸기맛 케이크. 독특한 맛이다.
이렇게 술과 함께한 조촐한 저녁을 먹고, 해양공원의 야경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어느나라를 가건, 꼭 그 나라의 마트를 들려 장을 한가득 봐오는 재미가 생겼다.
우리나라 물품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물품들도 한가득인지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생필품을 우리나라와 비교한다거나 혹은 식재료를 비교하는 재미는 진짜 빼놓을 수가 없다. 아무래도 현지 주민들과 가장 밀접한 부분이다보니까.
이 날 하루는 정말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느라 진이 빠진 하루이기도 하다. 특히, 클레버 하우스에서 장을 보고 그 무거운 짐을 들고 20여분간 숙소로 되돌아온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팔다리가 저릿하니 아픔을 느낄 지경.
그래도, 이렇게 1년이 지난 지금도 돌아보며 추억하는 걸 보면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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