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 속엔 징한 첫사랑이 있을거다.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거다. 그게 학교 선생님이던, 동네 친구던 누구던 정말로 좋아하고 있었을거다. 이번 포스트에서 다룰 초속 5cm는 이러한 첫사랑을 다룬 아련한 우리네들을 대변해주는 이야기라 볼 수 있겠다.
*** 이 작품은 개봉한지 꽤 되었기 때문에 간략한 스포일러를 하도록 하겠다.
이 작품은 크게 세 화로 나뉘어져 있다. 전체 러닝타임도 62분 정도인 것에 비하면 왜 세조각으로 잘라내었는지 이해도 잘 안갈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아두어야 할 것은 각 화마다 중심점이 깊게 자리하고, 그것들이 마지막에 빵 터진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토오노와 아카리는 어릴 때 부터 뭔가 미묘한 감정이 있었다. 이 영화(정확히 따지자면 애니메이션인데 귀찮으니 그냥 영화라고 하자)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가 좋아한다는 말? 보여주기만 하지 확실하게 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 중간에 갑자기 시작해서 어릴 때를 회상하기도 하고 그런식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이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각인시켜준다.
여튼 약간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아카리와 토오노가 초등학교에 전학을 오고, 비슷한 취미를 갖게 되고 결국 같은 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 때에 아카리가 먼 곳으로 전학을 가고만다. 그 사이에 서로에게 많이 의지를 하고 같은 책을 도서관에서 같이 빌려보기도 하는 둥 둘만의 알콩달콩한 러브라인이 생겨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서로 이제 몸이 떨어졌는데. 그렇게 그들은 먼 곳으로 서로를 보내고 가슴아파하지만 여타 첫사랑들이 그러하듯 이들은 편지를 주고받는다.
하, 요즘같은 세상에 편지라니. 감히 꿈도 꿀 수가 없는 로맨스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렇게 알콩달콩하게 지내다가 결국 허무하게 무언가가 끝나는 듯 했으니,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막화에서 다 밝혀진다. 아주그냥 남김없이 다 까발려지고 현실적으로 벗겨지는 탓에 우리들이 더욱 공감이 갈 지 모르겠다.
그런데 난데없이 한 건실한 소년이 나타난다. 꽤 잘생기기도 했고 활을 쏘기도 한다.
약간 성숙한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뭔가 외로워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들은 또 의구심이 든다.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소녀 때문이다. 이 소녀는 누구인가.
토오노는 얼마 후 새로운 섬으로 전학을 오고(이것은 제 1화 마지막 부분에 잠시 나온다.) 아카리 대신 한 소녀가 그를 좋아하게 된다. 스미다라고 하는 튼튼한 건강미인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토오노는 아카리를 잃어버리다시피 했다. 하, 첫사랑을 그리 쉽게 잊고 벌써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제 1화 - 벚꽃무리에서는 토오노의 입장에서 장면이 그려졌다면, 제 2화 - 우주비행사에서는 스미다의 입장에서 화면이 그려진다. 누군가가 나를 짝사랑하고, 나는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묘한 관계가 바로 여기서 나타나기도 한다.
스미다는 건강미인이기도 하지만 활달한 체육소녀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는 입을 봉한 듯 아무말도 못하고 쑥쓰러워 하거나 숨기만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한 말에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자신 혼자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우리네들의 짝사랑과도 같다.
하지만 스미다는 표현 하나 못하고 그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토오노는 그냥 무심하게 생활한다. 마치 해탈한 신선같기도 하지만 주위를 하나 둘러보지 않는 멍청한 놈 같기도 하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감정이 이 화의 마지막에 뻥! 하고 또 터진다. 바로 로켓의 발사로부터이다.
그럼 여기서 제목에 대해 간략히 짚고 넘어가자. 왜 하필 초속 5cm인가. 처음 시작할 때 아카리가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cm라고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많은 걸 보여준다. 제 1화 - 벚꽃무리 에서는 토오노가 아카리를 만나러 가는 그러한 장면에서, 그리고 아카리가 편지에서 말 해준 벚나무 아래에서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그 부분에서, 로켓의 발사체가 이동되는 부분에서,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토오노에게 전하려는 스미다의 마음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모두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 초속 5cm라는 것은 절대적인 시간의 속도가 아니라 하나의 매개체로써 모든 부분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데자뷰같이, 무언가로 인해서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짝사랑을 하기만 하던 스미다는 결국 토오노에게 로켓의 발사처럼 눈물을 포풍발사하지만 토오노는 여기에서도 무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카리를 생각하는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장면장면마다 나오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긴 머리 여성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는 아카리를...(여기까지 하고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그렇게 스미다는, 정확히 말 하자면 짝사랑 하던 우리들의 대변인은 그렇게 고백 한 번 못하고 짝사랑이자 첫사랑이기도 한 상대방을 마음속에서 보내주기 시작하는거다.
사실 제 3화는 딱히 부제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 제목은 뭐냐 하니 바로 제 3화의 주된 메인 OST이자 이 영화 자체의 메인 OST이기도 하기에 내가 한 번 붙여보았다.
대충 보니 토오노가 그새 큰 거로 보아 시간이 꽤 지나기도 했다. 완전히 다 큰 어른에 옷도 멋지게 입고 그리고 시작되는 그 장면. 많이 봤다 싶었는데, 맞다. 바로 제 1화 - 벚꽃 무리에서 토오노와 아카리가 같이 길을 건널 듯 말듯 했던 그 기찻길이다. 그렇게 그들은 만날 수 있었지만 만나지 못하곤 했다.
일전부터 토오노의 머리에서는 아카리가 떠나지 않았을거라 생각이 된다. 하지만 한 구석에서 완전히 잊혀지진 않은 듯 하다. 지금에서 다시 토오노는 많은 여자들을 사귄 것 같지만 하나같이 토오노가 마음을 제대로 안 준 까닭에 여자측에서 헤어지자고도 한다. 그렇게 사회에 순응하고 적응한 토오노를 회상하는 한 여자가 있다. 바로 아카리다.
아카리는 어느새 이쁘장한 처자가 다 되어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혼이라니 오 쉩 왓더 헬. 아카리의 독백을 들어보자하니 이 결혼 상대는 토오노가 아닌게 분명하다. 하,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아쉬워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모든 이들의 짝사랑과 첫사랑이 다 이렇게 슬프기만 한 것을.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비록 의도가 약간은 엇나갔지만 그렇게 그리워 하는 것은 틀림없지 않은가. 아카리는 행복하게 결혼을 준비하지만 토오노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시작되는 뮤직비디오에서 그들의 마음변화가 확연히 느껴지게 된다. 학창시절 때 부터 주고받았던 편지는 어느샌가 어떠한 이유로 조금씩 뜸해지고 뜸해지다가 결국 끊어지는 그 기분. 마치 우리들같지 않은가.
그리고 가사 하나하나도 지금의 비겁한 우리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좋아한다면 고백해, 멍청한놈아.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누구는 누구를 좋아하고, 그 누구는 누구를 또 좋아하고, 그 누구는 또 누군가와 좋아하고 행복해한다. 이게 바로 아픈 첫사랑의 현실이고 냉정한 현실이기도 하다.
연인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건 첫사랑을 떠나보낸지 얼마 되지 않았건 여러모로에서 이 영화는 참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전해준다.
아니 전해준다기보다는 우리들을 여러면에서 보여주고 있다.
잊혀진 사람을 찾기 위해 그녀의 흔적을 뒤적이는 남자들이나 혹여나 어딘가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는 여자들도 있기 마련이다. 또한 좋아하는 마음은 매우 강렬하지만 차마 고백은 하지 못하는 뭇 남성/여성들도 있을 것이고 사랑에 치여서 슬퍼하는 남성/여성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슬픈 사랑을 해 본 우리들은 이 영화에 강렬히 공감하고 때로는 토오노 샹것아 알아보라고 좀!! 이라고 말 하고 아카리 이년아 결혼 망쳐버려라!! 라고 저주를 퍼부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정말로 가슴따뜻한 사랑을 못해본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는거, 내가 감히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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