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설명 : 소니 WH-H900N과 자브라 Revo Wireless의 크기비교)
19년도 크리스마스 즈음,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소니의 WH-H900N을 구매했다. 현재 5년정도 사용중인 자브라 레보 와이어리스가 고장나기 직전인데다가 애플 에어팟 덕분에 핫하다는 “노이즈 캔슬링”을 좀 경험해보고자 했으니까. 항상 그러했듯, 내가 현재 구성중인 디바이스에 맞춰 스펙을 간단히 정리해보았고 쿠팡에서 21만원대에 구매, 그 후부터 약 한 달 정도 사용을 해 보았다. 실질적으로 난 막귀이며 음질에 대해 말할 수준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측정할 장비도, 능력도 없으니 되도록 편의성면에서 리뷰를 작성해보고자 했다.
현재 실사용중인 디바이스가 두 대 가량 된다. 스마트폰인 갤럭시S10과 타블렛인 갤럭시 탭 S6. 자브라 레보를 실사용할 때에는 두 대를 동시에 페어링한 후,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필요에 따라 페어링 또는 연결해제의 절차 없이 바로 타블렛을 꺼내 유튜브 영상을 보고는 했다. 개인적으로 이 기능이 아주 편했으며, 무선이어폰의 경우에는 멀티페어링/멀티포인트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 무선이어폰 사용을 중단했었다.
여기서 먼저 멀티페어링/멀티포인트의 기능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일반적으로 페어링은 마스터(예:스마트폰)-슬레이브(예:헤드폰)의 연결 과정을 의미한다. 전원을 아예 끄고 연결모드로 접속하는 과정을 페어링이라고 일컫는데, 하나의 디바이스에서 다른 디바이스로 연결할 때 일일히 전원을 끄고 연결모드 접속하는 과정이 아주 번거롭기에 대부분의 블루투스 기기들은 멀티페어링 기능을 도입한다. 이는 슬레이브에 속한 기기가 여러대의 마스터 기기를 기억하고 있다가 연결을 진행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마스터-슬레이브는 프로파일 단위당 1:1 연결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멀티포인트는 무엇일까? 멀티포인트는 슬레이브의 기기가 여러대의 마스터 기기와 페어링을 진행중인 상태를 의미한다. 가령 스마트폰과는 통화 프로파일로, 타블렛과는 음향기기 프로파일로 연결을 한다는 점.
하지만 소니 WH-H900N의 가장 큰 문제는 멀티포인트/멀티페어링이 지원은 되지만 정작 편리한 스위칭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게, 내가 이 기능을 좀 더 공부했더라면 싶지만 당연히 지원되는 줄 알았다.
글을 쓰고나서 검토하는 과정에 자브라 레보 와이어리스의 블루투스 스펙을 좀 살펴보았다. 제대로 표기된 부분은 없지만 해당 헤드폰이 듀얼밴드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10과 갤럭시탭S6 두 대를 모두 동시에 페어링을 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소니의 헤드폰이 저런식으로 동작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자브라 레보 와이어리스 때에는 주머니에 음악이 재생중인 스마트폰을 넣어둔 상태로 가방의 타블렛을 꺼내 바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면 되었던 편리함이 소니 WH-H900N에서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고 연결 해제한 후, 주머니에 다시 넣고 가방의 타블렛을 꺼내 연결을 실행한 후, 유튜브를 봐야하는 번거로움을 갖게 되었다. 이로인해 NFC의 기능을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소니 WH-H900N의 왼쪽면에 위치한 NFC를 태그하면 자동으로 연결/연결해제를 진행하게 된다. 듀얼밴드 블루투스인 자브라 레보에 비해서는 조금 귀찮지만, 그래도 핸드폰을 켜서 블루투스로 해당 헤드폰을 연결/연결해제를 하는 것 보다야 훨씬 편하더라.
자브라 레보 와이어리스 때에도 터치컨트롤은 존재했다. 개인적으로 헤드폰을 알아볼 때 이 기능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데 언제 버튼 찾아서 컨트롤을 하고 있나, 싶었던 점이다.
하지만 소니의 터치 컨트롤은 사용하기 아주 불편하기 이를 데 없으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미지 설명 : 자브라 레보 와이어리스의 터치컨트롤)
자브라 레보 와이어리스의 터치컨트롤은 정면에서 바라볼 때 기준, 시계방향으로 원형을 그리면 볼륨이 점차적으로 올라가며 반시계방향으로 원형을 그릴 때에는 볼륨이 점차적으로 줄어든다. 3시 방향을 더블탭 할 때에는 다음곡, 9시 방향을 더블탭 할 때에는 이전곡으로 가며, 중앙의 물리적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일시정지, 다시 한 번 누르면 재생, 두번 연속 누르면 리다이얼이 실행된다.
소니의 WH-H900N의 경우에는 중앙을 기점으로 터치 컨트롤이 진행된다. 중앙에서 3시 방향으로 스와이프 할 경우 다음곡, 중앙에서 9시 방향으로 스와이프 할 경우 이전곡이 재생된다. 중앙에서 12시 방향으로 스와이프 할 경우, 볼륨이 한단계 증가하며 중앙에서 6시 방향으로 스와이프 할 경우 볼륨이 한단계 감소된다.
(이미지 설명 : 소니 WH-H900N의 터치컨트롤)
이게 무슨 큰 문제가 있나 싶을텐데 연속으로 볼륨을 높히거나 줄일 때 스와이프를 계속 해줘야 한다는 불필요한 동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원을 그릴 수록 볼륨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한 동작에 한 단계만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거기에 이전곡/다음곡 컨트롤도 마찬가지로, 더블탭을 연타하며 빠르게 곡을 넘기는 것과 한 동작을 반복해서 곡을 탐색하는건 분명히 다르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위에서 적은 1번 항목과 더불어, 소니의 사용자를 위한 부분이 상당히 아쉬운 부분. 더불어 6년 전에 구매한 자브라의 헤드폰이 아주 편리했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다른 제조사의 헤드폰이나 또는 소니의 다른 모델도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이러한 점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라는 것.
3. 충전 케이블의 방식 및 괴상한 모양의 3.5파이 단자
요사이 IT 기기들의 표준은 과거 Micro 5핀에서 USB-C 타입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갤럭시S10 및 갤럭시탭S6도 충전포트는 USB-C로 되어있다. 물론 오래전에 구매한 대부분의 전자제품이 Micro 5핀이긴 하다. 하지만 회사 또는 여행을 갈 때 한 종류의 케이블만 가져가는 것과 여러 종류의 케이블을 신경써서 가져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쉽게도 소니 WH-H900N은 과거에 나온 모델이라 그런지 Micro 5핀을 채택하고 있으며, 요 근래에 발매되는 헤드폰들은 모두 USB-C 타입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 설명 : 저 깊숙한 곳에 위치한 3.5파이 단자 덕에, 구경이 작은 케이블만 삽입할 수 있다)
거기에 3.5파이 단자에 대해 아주 불만이 많은데 사실 크게 쓸 일은 없지만 집의 PC와는 3.5파이 케이블로 연결하여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소니의 WH-H900N에서 채택하고 있는 3.5파이 단자는 일단 규격은 맞지만 단자가 있는 하우징의 높이가 좀 많이 높아서,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3.5파이 케이블은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식으로 연결을 많이하다보니 집에 3.5파이 연장케이블이 상당히 많은데, 소니 헤드폰을 구매할 당시에 번들로 끼워준 케이블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체규격을 고집하는 소니답게 3.5파이 단자도 이딴식으로 만드나싶은, 아주 빡침이 가시지 않는 부분이었다.
4. 최고의 노이즈 캔슬링 및 노이즈 캔슬링 모드 변경 방식
사실 헤드폰 구매의 핵심적인 기능이었다. 20만원대에 구매 가능한 음질 괜찮고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괜찮은 헤드폰은 소니 말고는 크게 없다시피 한다. 휴대용 음향기기의 소니답게 일단 구매한 것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만, 내가 경험해본 노이즈 캔슬링은 이 헤드폰이 전부라는 점.
과거에는 노이즈 캔슬링의 성능이 크게 좋지도 않았으며, 배터리 타임에 영향을 줄 정도라는 점이 대세였으나 요사이 애플의 에어팟 리뷰 하나에 꽂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고집해서 구매를 했는데 그 리뷰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과장 좀 섞자면, 우주에 나 혼자만이 있는 기분”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다가도 막상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면 대강 이런느낌이구나 싶다. 주변의 백색소음이 모두 다 사라지는 이 기분. 지하철에서 잡다한 소리는 모두 사라지고 지하철의 육중한 소리라거나 방송만이 조용하게 들려온다. 집에서라면? 공기청정기가 시끄럽게 돌아가거나 컴퓨터의 팬, 로봇청소기가 돌아가는 소음 정도는 가볍게 걸러준다. 심지어 헤드폰을 쓰며 게임을 하는데 와이프가 부르는 소리도 못들어서 혼났었다. 그만큼 만족스러웠고, 위에서 혹평에 욕을 잔뜩 하면서도 이 헤드폰을 처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겠다.
(이미지 설명 : 전원버튼과 NC 버튼은 볼륨감이 다르기에 크게 불편할 일은 없지만 아쉽긴 하다)
하지만 노이즈 캔슬링의 성능과는 별개로, 헤드폰의 노이즈 캔슬링 버튼에 상당히 불만이 많은데 노이즈 캔슬링 버튼은 노이즈 캔슬링 모드를 순차적으로 변경해주는 버튼이다. 대강 노이즈 캔슬링/외부소리 유입/노이즈 캔슬링 끄기 정도. 그런데 이거, 어플리케이션에서는 모드가 하나 더 추가되어있다. 바로 바람소리 감소 모드.
노이즈 캔슬링이 대충, 외부에서 발생하는 소리와 내부에서 출력하는 소리를 상쇄시켜주는 개념이긴 한데 바람소리나 아주 큰 소리 등은 상쇄가 되지 않는다고 듣긴 했다. 그래서인지 바람소리가 심하게 들리긴 하는데 맞바람이 분다거나 빌딩풍, 지하철 환승통로라거나 선풍기 앞과 같은 경우에는 이 기능이 아주 유용하다. 하지만, 이 기능은 어플리케이션에서만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
아니 대체 이 좋은 기능을 버튼으로 설정하지 못하고 왜 어플리케이션에서만 설정이 가능한지 아주 의문이다. 겨울에 추워 뒤지겠는데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고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해서 해당 메뉴에서 바람소리 감소 모드를 켜야 한다니. 이 어찌 불편하고 불필요한 동작을 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이 모드를 항시 켤 수는 없는게 일반적인 노이즈 캔슬링 모드보다는 노이즈 캔슬링의 효과가 조금 떨어진다. 그렇기에 항시 켤 수도 없는 노릇. 기왕 버튼 순차모드 적용시키는 거, 이것까지 넣어주면 어디 뒤지는 병에 걸렸나 싶기도 하다.
(이미지 설명 : 접었을 때의 부피도 어마어마하다)
사실 자브라 레보 와이어리스가 디자인이 아주 쏙 맘에 들었던 터라 전원 스위치를 고쳐서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컸었다. 다만 그놈의 노이즈 캔슬링 때문에 소니 헤드폰으로 갈아탄 것인데, 노이즈 캔슬링 때문인지 일반적인 오픈형 이어패드가 아닌 밀폐형 이어패드라는 점이다. 거기에 아주 부들부들하고 밀폐가 잘 되어 여름철에는 이걸 써야하나… 고민이 될 정도. 거기에 만듦새라거나 색상도 아주 맘에들게 잘 빠졌다.
허나 밴드사이즈를 좀 늘리니 이건 무슨 머리 윗부분이 붕 떠서 요다도 아닌 쪼다새끼 처럼 보인다는게 큰 문제다. 물론 내 기준, 귀에 스피커를 얹다시피 한 유닛 사이즈로 봐서는 뭘 해도 쪼다로 보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자브라 레보는 이정도 모양새는 아니었는데.
결론적으로 소니 아닌 노이즈 캔슬링의 기능은 아주 마음에 들었으며 앞으로도 노이즈 캔슬링의 기능은 꼭 찾게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다만, 소니의 헤드폰 사용법은 아주 맘에 들지 않을 정도로 최악이며 위에서 열거한 최악의 단점들이 수정되지 않는 한, 다음 헤드폰은 소니로 살 것 같지는 않다.
범용적인 단자 규격이라거나 상식적인 선에서의 블루투스 사용법이나 터치 컨트롤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도 노이즈 캔슬링 때문에 이 악물고 참고 쓰는 것이지, 그것만 아니었으면 당장 중고로 방출하고 6년전의 헤드폰을 다시 썻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기한 것은, 내가 특이하게 사용하는 것인지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해도 나와 같이 저런 점들을 지적하는 사용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흠. 그래도, 아주 불만족스러우면서도 만족스러운, 만감이 교차하는 기기임에는 틀림없다.